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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신동근의 미술 치료
등록날짜 [ 2014년10월24일 14시40분 ]

<적과 흑>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산타크로체성당에서 구이도 레니(Guido Reni)<베아트리체 첸치 초상>이라는 작품을 감상하고 나오던 중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미술품을 감상한 사람들 가운데는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어지럽고 기절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환각을 비롯한 정신착란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을 처음으로 일기에 쓴 작가 스탕달의 이름을 따서 학자들이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이라는 병명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스탕달 증후군처럼 예술작품은 사람에게 아주 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오늘은 예술작품 감상이 우리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 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구이도 레니(Guido Reni) <베아트리체 첸치 초상>

 

사실 스탕달은 베아트리체 첸치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첸치가의 사람들>이라는 작품을 그가 쓰기도 했기 때문이다. 베아트리체 첸치는 매우 높은 귀족인 프란체스코 첸치의 딸로 당대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졌는데 포악한 성품의 아버지는 딸의 나이 14살 때부터 딸을 성폭행하기 시작하였다. 결국 아버지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한 베아트리체는 계모, 오빠, 동생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성폭행이 원인이었던 만큼 시민들의 탄원이 이어졌지만 첸치 가문의 엄청난 재산이 탐이 났던 교황청은 일가족 모두를 사형에 처하고 재산 전체를 몰수하고 만다. 꽃다운 나이 18세에 그렇게 그녀는 떠나갔다.  


 

이런 역사를 알고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을 다시 바라보자. 작품 속의 베아트리체는 사형장에 끌려가다가 잠깐 뒤를 돌아다본 모습 같다. 큰 눈과 오똑한 코와 통통한 입술의 예쁜 소녀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두려움보다는 포기한 듯 담담한 채 우수를 띄고 있어 보인다. 내용을 모르고 작품을 볼 때는 예쁘고 우수를 띈 소녀이지만 그녀의 삶을 알고서 이 작품을 다시 보면 그녀는 학대로 망가진 안타까운 인생과 함께 폭정과 학대에 대항한 여인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인물로 다시 보이게 된다.


또 다른 작품의 예를 간단히 들어보겠다. 고흐의 <별밤>은 너무도 유명하여 뉴욕의 MOMA 박물관에서 줄을 서야 볼 수 있는 명작이지만 그 작품이 고흐의 정신질환이 악화되고 정신질환 요양원에서 그려진 것이며 정신상태가 좋지 않은 까닭에 형태가 왜곡되고 기하학적인 문양이 많아지는 등의 변화가 와서 더 예술적으로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그림을 그리던 당시의 고흐에 대해 알게 되면 그의 별밤은 또 다시 달라보이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 <별밤>

이렇게 미술 작품을 볼 때 그 내용을 알고서 보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아는 만큼 감동이 커지기도 한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예술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예를 든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이나 고흐의 <별밤>처럼 그림 속의 주인공의 일화나 그림 그린 화가의 일화를 안다면 불러일으켜지는 감정은 더욱 커지게 된다. 세상의 법칙에 맞춰 살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만 살도록 요구받아 점차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이런 작품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효과를 준다.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나 자신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나와 주변의 학대나 방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정신적인 고통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작품이나 화가와 동일시하게 되고 깊은 공감을 하게 된다. 특히 비극적인 내용과 공감하면서 내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한다. 앞선 두 작품은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우리의 과거를 떠오르게도 하며 카타르시스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작품처럼 모든 작품이 다 이야기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야기가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작품의 내용을 우리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작품은 인간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스코(Mark Rothko)의 추상작품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그의 작품은 세로형의 직사각형에 형태가 불분명하고 탁한 색상의 사각형이 23개 들어있는 추상적인 작품이 대표적이다. 필자는 그의 작품을 화집에서 볼 땐 큰 감동이 없었지만 실물로 봤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추상작품은 특별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화가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 다 알 수도 없고 감상자의 주관대로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이 강하게 감동을 줄 때는 바로 그 작품의 예술적인 면이 우리의 내면, 정확히 말하자면 무의식 속에 있는 창조적인 기능을 자극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코의 작품은 필자의 내면의 무의식의 창의성을 자극했던 것이다.  


마크로스코(Mark Rothko)작품

이렇게 예술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과거를 재경험시키기도 하며,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하고 무의식의 창조적인 기능을 자극하기도 하는데 바로 그런 점이 깊은 감동과 내면의 치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스탕달이 감동받은 작품은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아니라고 하며 또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도 구이도 레니가 아닌 레니의 제자인 시라니(Elizabetta Sirani)의 작품이라고 한다. 베아트리체 첸치의 이야기가 너무도 유명하여 이런 오류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랴? 베아트리체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녀의 삶은 400년도 지난 우리에게도 여전히 안타까운 감동을 주고 있는데...




신동근
정신과 전문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용인정신병원 진료과장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겸임교수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미술치료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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